『미로』 2호는 일본을 다룹니다. 일 년에 세 번 발행하는 작은 잡지에서 어느 한 국가의 건축을, 시기나 인물, 최신 흐름 등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특집 주제로 삼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든 독자가 한국 건축계에 몸 담고 있다면 ‘일본’ 건축은 미국 건축이나 베트남 건축, 멕시코 건축, 프랑스 건축보다 훨씬 잡지의 주제로 적합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지금 한국 건축계가 묻기에 일본은 다른 국가보다 초점이 훨씬 더 분명하게 잡히는 대상입니다. 일본은 한국 현대 건축의 가장 큰, 동시에 가장 감추어진, 또는 감추고 싶었던 타자였습니다.
『미로』 2호는 이 타자를 소환합니다. 극히 일부를 무척 산만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architecture가 建築(건축)으로 번역된 연유, 일본이 세계를 보는 창이자 당면한 과제의 모범 답안이었던 시절을 역사적으로 추적합니다. 영국과 독일의 유명 건축가들은 일본의 전통건축에서 모더니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의견은 다시 일본 현대 건축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곤 했습니다. 이 상호작용을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글들도 있습니다. 이번 호의 또 다른 한 축은 지금 한국 건축가들이 바라보는 일본 건축입니다. 예전의 건축가들이 형태와 재료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요즘 건축가들은 완전히 다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쿄나 오사카에서 대형 건축 관련 전시가 열리면 많은 한국 건축인들이 짐을 꾸립니다. 이럴 때면 과천이나 삼청동보다 롯폰기나 우에노에서 더 자주 한국의 건축인들을 만나곤 하지요. 예전 같은 시차는 사라졌지만, 일본 건축은 가장 가까운, 그리고 가장 탁월한 이웃입니다. 언젠가 이번 호에서 다루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싣지 못했던 주제로 다시 일본을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매처: 알라딘 / 교보문고 /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