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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 밤의 도서관

세계적인 문호 보르헤스는 독서로 인해 점점 시력을 잃어 갔다. 그래도 계속 책을 읽고 싶어 했던 그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작은 서점에서 일하는 어린 알베르토 망구엘에게 집에 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보르헤스의 우주(‘도서관이라고 불리는’)와 함께 자란 그는 작가이자 도서관장이되었다. 그리고 프랑스 시골에 ‘밤의 도서관’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의 사유를 책으로 집필한다.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면서 그는 도서관이 개인과 문화 전체의 기억을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고민한다. 세상에 존재했던, 지금도 어딘가 있는, 미래에 생겨날지 모르는 모든 도서관에 대한 질문한다. 망구엘과 같은 태도로, 정림학생건축상 2021은 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도서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도서관은 인간의 망각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기억이 책으로 기록되고, 기억이 끝나는 곳에 도서관을 짓는다. 망각할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도서관은 반드시 필요한 집이다. 그러나 도서관은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도서관에 담는 책이 계속 변하고 있다 _ 시간에 따라서 도서관이란 집에 담는 ‘책’과 ‘정보’가 늘어나고 다양해졌다. 점토판과 두루마리가 아닌 제본된 책이 생겨나면서, 책장에 책을 세로로 꽂을 수 있게 되었으며, 정보는 분류하기 쉬워졌다. 구텐베르그가 출판인쇄의 혁명을 일으키기 전에, 책은 너무나 귀중해서 쇠사슬로 책상 위에 묶어두거나, 이마저 못 미더워서 허가받은 사람만 도서관 서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연재소설이 실린 신문과 잡지, 측량기술의 발달과 전쟁을 통해 발달된 지도가 도서관에 들어왔다. 더이상 ‘종이’ 책일 필요가 없을 때, 필름과 영상이 디지털 책들이 도서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책장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도서관을 나타내는 ‘Bibliotheque(책을 담는 선반)’ 대신에 ‘Mediatheque(미디어를 담는 선반)’들이 생겨났다. 책장과 책 대신에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터미널과 윈도우가 즐비해진 모습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 점점 데이터화 되면서, 문화예술의 아카이브와 책의 아카이브가 통합되기도 한다. 라키비움(library + archive + museum)이라고 불리는 복합문화공간은 더이상 도서관에 담는 정보의 영역을 한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의 ‘라이브러리 파크’, 국립무형유산원의 ‘책마루’, 서울시립미술관의 평창동 분관(2021준공예정)을 보면 도서관은 예술 관련 기관의 탄생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기대 또한 변한다 _ 도서관이 책을 독점하고 있을 때, 학자들은 이곳에서 책을 썼다. 로마 시대의 학자들은 도서관에서 기거하면서 서가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또 다른 책을 썼다. 아놀드 하우저는 낮에 육체노동을 하고 밤에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연작을 집필했다. 칼 마르크스도 마찬가지다. 19세기 계급 혁명의 밑그림인 자본론은 이 대영도서관에서 그려졌다. 한국에서 대학설치 인가를 받으려면 반드시 도서관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연구자들을 위한 장기 자리 대여서비스와 참고문헌도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책의 보고를 담당할 뿐 만 아니라, 연구와 집필의 귀중한 장소인 도서관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은 다양해졌다. 기회 균등를 위한 지역 편재라는 도서관의 입지적 특성 때문에, 도서관에 지역사회의 핵심 역할을 지우기도 한다. 런던에서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을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로 경감하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 돌봄과 같은 지역사회 커뮤니티 센터로 그 역할을 전환했다.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시민응접실(living room)’이 도서관의 가장 중심부에 있다. 이 도서관 응접실 소파에는 한 켠에 장바구니를 두고 신간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열람실’, ‘서가’ 이외에 ‘동아리방’, ‘커뮤니티 룸’, ‘청소년 방’ 등이 도서관 내부에 등장한다. 얼마 전 완공된 헬싱키 중앙도서관은 ‘책 읽기(reading)’를 넘어서 ‘책을 통해 무엇인가 하기(doing)’를 그 모토로 삼았다. 헬싱키 도서관 안에는 목공실과 메이커 랩, 영화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역사적으로 책을 매개로 이루려고 한 세상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그 세상을 위해 도서관이란 책의 집은 그 모양과 구성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밤의 도서관 _ 우리는 지금 지독한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는 도서관에게 어떤 역할을 호명할 것인가? 반대로 이 변화 속에서도 ‘나만의 도서관’으로 지키고 싶은 도서관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가능하다.

  • 판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오지 않은 도서관에 책들만 식물처럼 번식할 것인가? 책을 열람하는 공간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가? 책들은 더욱 디지털화될까?
  • 무엇이든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 개인 미디어의 정보들도 도서관이 아카이브 해야 하나? 아니면, 도서관 자체가 유투브 플랫폼으로 대체될 것인가? 
  • 다양한 독서의 경험은 도서관 건축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나?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 중 어디까지 디자인 가능한가? 예컨대 서가와 서가 사이의 길을 모험하는 것도 디자인 될 수 있는가?
  • 망구엘이 이야기하는 도서관과 관련된 15개의 키워드-‘신화·정리·공간·힘·그림자·형상·우연·일터·정신·섬·생존·망각·상상·정체성·집’(모두이던 하나이던) 로 지어올린 도서관은 어떤 모습인가?
  • 각종 라키비움과 같이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은 점점 더 경계를 잃어가게 될 것인가?

이와 같은 다양한 생각들과 제안으로 만들어질 도서관은 우리가 늘상 마주하던 모습과 조금은 다른 형태의 도서관이 될 것이다. <밤의 도서관>은 이처럼 “다른, 만나보지 못한, 미래의 도서관”에 대한 은유이다. 이제껏 만나보지 못한 형태와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밤의 도서관은 2025년에 완공될 것이라 상상하면서, 정림학생건축상의 다양한 제안들을 기대해본다. 팬데믹의 상황, 도서관 본연의 가치인 “자료의 보존과 부흥”에 대한 고민 등 다층적인 의미에서의 제안들을 살펴보고, 공유하며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마치 퇴근길에 마트 들르듯이 부담 없이 들릴 수 있는 도서관으로 상상의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심사위원

이치훈, 강예린 (SoA) 이치훈은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했고, 강예린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에서 공부하고 hANd건축, OMA(로테르담), 협동원에서 실무를 했다. 이치훈과 강예린은 2011년에 정영준과 함께 SoA를 설립했다. SoA는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우승자로 선정되었고, <지붕감각(Roof Sentiment)>을 통해 2016년 영국 『아키텍추럴 리뷰(Architectural Review)』가 주관하는 Emerging Architecture Award의 파이널 리스트로 선정되었다. 같은 해에 제주 ‘생각이섬’ 프로젝트로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수상했다. 강예린은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생산도시’ 섹션의 큐레이팅에 참여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멘토

박영숙 사립공공도서관인 ‘느티나무 도서관’의 관장이다. 1999년 ‘느티나무 도서관’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공공성 확장과 도서관 문화 조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지식과 정보, 문화에 접근할 권리를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도서관의 사명이라 여기며 <낭+독회>, <마을 포럼>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상호 소통하며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꿈꿀 권리》가 있다. 

전체일정

  • 참가 신청: 2020년 11월 9일~2021년 1월 18일
  • 심포지움: 2020년 10월 24일 오후 5-7시 (온라인 진행 예정)
  • 주제설명회: 2020년 11월 21일 (토)
  • 과제 제출: 2021년 1월 25일 ~ 2월 5일
  • 1차 결과 발표: 2021년 2월 23일
  • 최종 공개 심사: 2021년 3월 13일 (토)
  • 최종 결과 발표: 2021년 3월 16일 (화) 

1차 과제 안내

  • 사이트: 상업시설, 교통, 문화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접근성이 높은 곳 선정
  • 규모: 연면적 2,400~3,300㎡ 내외의 대형 규모 도서관
  • <밤의 도서관>을 설계, 디자인하는 건축 설계 공모전이며 프로그램도 함께 제시
  • 프로그램: 사회·기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안
  • 설명: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방식 서술

1차 과제 제출물

  • 분량: 48쪽 이상의 제본된 책 2부
  • 판형: A5 세로
  • 서체 및 레이아웃은 자유롭게 표현
  • 필수 포함 내용: 목차, 표지에 참가번호 기입(그 외 개인정보 표기 금지)
  • 활용 및 참고 자료 출처는 미주로 표기
  • 제본 방식은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음
  • 제본한 책 2부 제출

우편접수 안내

  • 2월 5일 오후 7시까지 도착하는 제출물에 한해서만 접수 완료
  • 우체국 등기만 접수받습니다. (택배, 퀵배송, 방문접수는 받지 않음)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8길 19 정림건축문화재단 (우편번호 03044)
  • 서류봉투에 넣어서 제출 (박스 포장 금지)

참가비 결제시 유의사항

  • 홈페이지 상단에서  정보 등록 완료 후 입금 
  • 참가비 납부: 1팀 당 6만원 (환불불가, 반드시 팀장 명의로 입금)
  • 하나은행 162-910013-41704 (예금주 재단법인 정림건축문화재단)
  • 납부한 참가비는 환불 불가합니다. 
  • 반드시 팀장 이름으로 입금해야 합니다. 
  • 입금명 또는 메모에 팀장명+휴대전화 마지막 번호 2개로 보내주시면 보다 신속하게 확인처리 됩니다.  (예: 팀장명 – 홍길동, 전화번호 – 010 1234 5678이면, “홍길동78”)

※ 자세한 사항은 정림학생건축상 홈페이지 (award.junglim.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