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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주제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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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일에 있었던 주제설명회의 내용을 정리해 공개합니다. 먼저 심사위원 유걸, 김정임, 신승현 소장님의 이야기와 그에 대한 질의응답입니다. 조한혜정 멘토 선생님의 이야기는 추후 공개합니다. 좋은 질문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걸 

제는 오늘 여러분이 왜 이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은가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건축 프로세스에서 ‘경쟁’이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학교에 있지만 실제로 건축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활동 중 50% 이상은 경쟁 관계입니다. 그런데 그런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 왜 굳이 공모전에 참여해 미리 경쟁하려고 하는지 사실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건축 경기를 한다는 것은 재주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올림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코리안 갓 탤런트’와 같은 행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런 자리에서 ‘내가 1등을 했다’, ‘내 스펙이 하나 더 늘었다’라는 생각으로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이라면, 그만 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열심히 건축을 하는, 재주 있는 건축가가 많습니다. 이분들이 많은 고생을 하는데 왜냐하면 경쟁을 해야만 일이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합니다. 건축산업의 현황이 이러한 지나친 경쟁 관계에 있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건축이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과연 경쟁을 해야만 환경이 더 좋아지고 우수해질까요? 저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경쟁하는 조건이 특수한 상황, 특수한 사람, 특수한 시점을 위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한 특수한 상황들이란 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전제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을 요구합니다. 그 안에서 건축가는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소모품입니다. 그리고 건축가는 그러한 사실을 알기도 혹은 모르기도 하면서 계속 경쟁합니다. 이러한 경쟁은 건축을 하는 자신에게도 유익하지 않을뿐더러 이 시대에 유익한 공헌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왜 그러한 문제가 생기는 지를 생각해보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건축의 현실과 유리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좋은 건축은 생활의 투영’이라고도 하고, ‘건축가의 이상은 그 사회의 이상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가 하는 건축은 생활과 직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축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은 이 세상이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개가 유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건축가는 시간적으로는 옛날에 살고 있고, 공간적으로 볼 때도 당장 우리의 문제를 보기 보다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상황을 걱정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즉 시간과 공간 모두에서 건축을 하는 사람이 사회와 유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림학생건축상의 주제 선정을 위해 처음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문제로 삼을 것도 구체적인 현실 속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가치 있게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상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으로 나누지 않는 이유도, 건축에서 가치 있는 생각은 있을 수 있지만 1등은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 있는 생각’이라는 것도 상당히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에 1등, 2등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 현상설계도 물론 필요합니다. 중요한 이슈나 프로젝트를 가지고 현상설계를 하는 것을 두고 저는 ’건축가들의 잔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한 가지 이슈를 놓고 모든 건축가들이 참석해 머리를 짜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남이 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현상설계를 통해 우리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내가 직접 만들진 못해도 다른 누군가가 잘 해내면 굉장히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아무도 그런 것을 못 만들어 냈을 때는 그 시기의, 그 사회의 치명적인 실패(total failure)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오늘날 구체적으로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 현실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그리고 그 바꾸는 것이 건축가가 아니라 그 현실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 혹은 함께 만들어나가고 고민하는 과정을 보고 그 속에서 어떠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지를 보자는 취지가 이 모임의 의미로 부여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에 시작했던 말로 돌아가서 누가 1등, 혹은 2등인지에 대한 생각을 정말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건축에서는 그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누가 만들었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함께 즐기고 함께 축하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임도 그러한 모임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는 그러한 의미에서 이런 모임에 참가하는 것을 수락하고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임 

선생님 말씀 잘 들었고 저희도 다 같이 여러 차례에 걸쳐 토의를 해왔기 때문에 공유하는 부분들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건축을 하고 실무 세계에 있으면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건축학과 학생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년간 여러 학교의 최종 졸업설계전 같은 곳에 가보면, 요즘은 실제로 우울했습니다. 교수님들도 굉장히 우울해 하셨습니다. 학생들도 의욕이 없고 교수님들도 이 학생들에게 ‘너는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여러분에게도 취업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설계를 하는 건축가의 길을 가는 비율이 점점 줄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분의 시대에서, 그 안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고 여러분이 졸업을 하고 몇 퍼센트의 학생들이 대규모 설계사무소에 취직하고, 중소기업 아틀리에에 취업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여러 가지 레벨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건축계 안에서도 서로 간에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지금까지의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축계약을 금액으로만 따진다면 대규모 조직에서 80%를 가져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바람일 수도 있고, 지금 현재의 사회를 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회가 굉장히 다변화되어, 옛날에는 소수의 엘리트 계층에 의해서 사회가 주도 되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앞으로의 시대는 ‘기획자의 시대’라고 말씀하여 크게 공감했습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의 기본적인 한계는 남이 일을 줘야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공모전을 하면서 건축가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구나, 더 나아가 이런 공모전이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 후 스스로 일을 찾아내어 기획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좋은 것 같습니다. 관심만 가지고 있다면 작은 일이지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의 눈높이에서 여러분이 찾아보고, 실제로 그것을 사용하거나 소유하는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듣고 같이 해결하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여러분의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욕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큰 설계조직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것은 건축주, 직접적으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피상적인 것들만 그려내는데 그런 일을 하다보면 스스로도 보람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이런 계기를 통해서 학생시절부터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 널려있는 다양한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자 마인드를 가지고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신승현

저는 이 공모전의 주제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서, ‘같이 참여해서 같이 창출하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통 공모전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다가 지치는 사람들을 만힝 봅니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에서는 그러기 보다는 ’재미’를 찾아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범위를 너무 확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의 이상적인 생각이 내 손에서 주무르지 못할 정도로 커지기 시작하면 여러분이 굉장히 어려워 할 것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것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작은 것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큰 것이 담고 있는 모든 것을 작은 것이 담고 있습니다. 아주 구제척인 작은 것을 시작하고 풀어나가면서 그것이 하나하나 쌓이면 좀 더 크고 폭넓은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다른 공모전에 지원했던 경험이 있을 텐데, 굉장히 거창하고 규모가 있어야 내 것이 표현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아주 작은 것부터 하고, 위에서부터 나온 생각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나온 생각을 건축적인 것과 함께 수행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모전도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제안이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무언가를 얻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내가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인정하는 그 순간 나는 그것을 아는 것이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의 생각을 나도 공감하고, 그로 인해 내가 좋은 것을 얻어간다고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태

그럼, 질문을 좀 받겠습니다. 본인을 소개하고 심사위원께 궁금한 점을 말씀해 주세요.

질문1

공모전의 의도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아까 김정임 소장님께서 “건축가란 일종의 기획자”라고도 말씀하셨는데, 사회에 있는 문제를 건축가 스스로 제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모전은 특이하게 건축주를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식으로, 무엇인가를 함께 맞추어 나가는 것을 의도하고 있는데 이것이 기획자의 위치에 있는 것을 의도하신 것인지, 건축주의 하청업자 위치에 있기를 요구하는 것인지, 약간 양가적인 부분이라 느껴집니다. 건축주를 만나보라고 하신 것의 구체적인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김정임

제목은 ‘일상의 건축’으로 최종 정리가 되었는데, 사실 처음 주제를 낼 때 ‘일상‘보다 ’구체성‘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아마 여기에 계신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일을 하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입니다. 개인 건축주를 만나서 일을 해보면 그 분들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는, 그 분들이 살 공간을 작업하기 보다는 실제 저는 그렇지 않은 쪽의 작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집을 지어서 팔아야 하는 시행사에 속한 분들이 일을 하는 것 보면, 그 분들은 일로서 잘 끝나기를 바랄 뿐, 구체적으로 건축 공간에 개입이 되어 요구 조건이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십니다. 발주 쪽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많이 하다 보면, 저 또한 건축이 상당히 피상적으로 되면서 ’어느 정도까지만‘ 완성시키면 큰 문제없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됩니다. 다시 말해, ’파는 집‘은 그 집을 누가 살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구체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고, 그런 점에서 제가 중요한 무언가를 빠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건축이 건축가 혼자만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었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런 경우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면 어딘가에 사기성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건물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서로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조절 하며, 1차적으로 원하는 것이 먼저 있는 게 중요하고 그것들을 서로 대화를 하며 맞춰서 종합적인 결과물을 얻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그런 일에 관심과 흥미를 갖는 것을 바랍니다. 사실 건축, 건물 자체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사는 사람이 좋은 생활을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건물 자체가 굉장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성‘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이 구체적인 건축주를 만나기 쉬운 것은 일상의 건축 환경에서 찾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을 해서 ’일상‘과 ’구체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함께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건축’으로 최종적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했던 것은 이러한 점에서, 굉장히 구체적인 요구사항이나 그 사람들의 꿈, 또는 지금의 불편함은 어떤 것인지 등을 여러분이 면밀하게 관찰하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막연한 언어를 쓰고, 면밀하게 표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일깨워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번 주제를 내게 되었습니다. 

박성태

제가 간단하게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건축가가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건축주도 똑같이 생각할 때입니다. 그것이 첫 번째로 좋은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꼭 갑을 관계의 오해를 주는 것으로 본다면 사실 사회적으로는 그렇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가가 주도적으로 어떤 것을 가지고, 거꾸로 건축주가 그 이야기를 받아서 건축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주제를 내세웠을 때 아무래도 건축주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많이 했는데 건축가가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건축이 한 단계 진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좀 더 긍정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축주를 만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죠. 아주 비싼 차를 사는 것보다 집을 짓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평생 집을 열 번, 스무 번 짓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변에 아주 작은 것도 괜찮습니다. 아마 건축주가 되는 경험을 새롭게 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세세하게 아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 받겠습니다. 

질문2

간단한 질문입니다. 건축주를 설정하라는 것이 실제로 건물을 지을 계획이 있는 사람을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잠재적인 클라이언트 개념인지 궁금합니다.

유걸

우리가 건축이라고 하면 일차적으로 건물을 연상하게 됩니다. 저는 건축을 좀 더 광범위하게 생각했을 때 ‘환경’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벽에 그림을 붙이는 경우, 가구를 바꾸는 경우, 방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집을 새로 짓는 경우, 동네를 만드는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사람과 경우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환경을 개선한다’고 할 때 눈에 보이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사회조직이나 시스템은 눈에 안보이지만 늘 개선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건축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건축, 즉 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 필요성은 건축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이 그곳에 사는 분들에게 있습니다. 늘 필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서비스를 건축가로부터 받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찾는 것을 생각한다면, 꼭 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스케일에서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벽 하나, 방 또는 집을 개선하는 일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각자가 정해서 할 수 있지 않을 까요. 자신의 주위에서 갖고 있는 관심을 대상으로 해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임

공간의 사용자를 건축주로 상정하고 인터뷰를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일과 대상을 먼저 찾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질문3

방금 말씀해주신 답변에 대해 확인 차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법적으로 건축주가 아니라, 우리가 건축가라고 했을 때 상대로서 건축주를 선정하라는 말씀이시죠?

유걸

그렇습니다. 법적인 계약관계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그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대상으로 해서 함께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작업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질문4

아까 공유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하셨습니다. 사회에서도 공유하고 건축가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유리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좋은 부분이라면, 건축주가 원하는 것이 사회에서도 함께 공유되어야 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건축주를 정했을 때 원하는 점이 굉장히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저희가 접근할 때는 개인적인 것보다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에 더 접근해야 하는 것인가요?

유걸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아까 처음에 질문하신 분과 관계해서 이야기 한다면, 건축의 기획과정에서 건축가가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건축은 건축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사는 건축주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한 집에서 살지 않고 주인이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원하는 것만 한다면 가장 좋은 건축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입니다. 주인이 원하는 것은 소위 건축주가 원하는 프로그램인데, 건축주가 완성된 프로그램을 주었다고 꼭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건축주가 거기에서 미처 찾지 못한 문제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올 때 자신의 병을 확실히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프고 개선하기 위해서 왔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확실히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놓치는 많은 것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문제들입니다. 소위 공공적 이슈가 그 속에 많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개인이 살고 있는 집이지만, 일반인과 한꺼번에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였을 때는 그 개인도 더 좋아지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원하는 것이 자기만 만족했을 때 제일 좋은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 때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수가 있습니다. 놀 때도 혼자 놀지 않고 같이 놀듯이, 집을 지을 때도 혼자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주위가 더욱 좋아질 때 그 집도 더욱 좋아지는 것입니다. 그 부분을 혹시 건축주가 놓칠 가능성은 굉장히 높으므로 건축가가 함께 검토할 수 있다면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의 필요가 공공의 필요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단지 필요한 것은 건축주가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건축가가 의견을 냈을 때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건축으로 만들어질 때 그 의견이 구체화 될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질문 5

그렇다면 건축주가 저희에게 원하는 것을 제안했을 때, 그것에서 건축주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저희가 끌어내어 그것을 좀 더 사회적으로 풀어가야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유걸

그것은 시각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건축주의 필요가 무엇인가’부터가 먼저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어떤 분이 집을 짓겠다고 해서 찾아왔을 때 질문을 오랫동안 많이 합니다. 그 질문하는 과정에서 매번 발견하는 것은 건축주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건축주와 모든 생각의 합일점을 찾을 수 있을 때 좋은 일을 해나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건축주와의 일방적인 대화, 일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하는 것의 합일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6

유걸 선생님의 말씀 중에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건축과 사회가 유리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건축가가 어떠한 환경을 변화시킨 다음에 그 공간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공간적으로 어떻게든 분리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그 유리된 간격을 조금 더 좁혀보자는 의미로도 해석이 됩니다. 유걸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건축가와 사회가 어느 정도 유리 되어야 가장 적절한 관계인가, 아니면 구체적으로 건축가와 사회의 관계가 어떠한 형식으로 되어야 하는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건축가로서 우리 동네 건축만 하는 것이 아니듯 그런 구체적인 형식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유걸

우리 사회, 건축, 도시 환경을 놓고 생각해 볼 때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주거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실상 부동산에 더 관심이 많고 더 중요하다고 인지합니다. 원인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부동산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 건축가들은 그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지한 편에 속합니다. 그런 결과로 인해 한국 건설의 99%는 건축가하고 관계없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도시 건축 환경은 건축가가 만든 건물이 아닙니다. 우리가 늘 접하는 건물도 우리의 환경인데, 그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건축가가 참여하지 못했다면, 그 이야기는 즉 이유는 모르겠지만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혹은 건축가가 무엇을 잘못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는데 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괴리의 많은 부분은 건축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상적인 건축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이상적인 사회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을 상당히 옛날의 것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아주 오래된 옛날의 것일 수도 있고 조금 그 전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인 우리의 건축 환경에서 이상을 찾으려고 할 때도 있고, 근대건축의 시발점에 있던 건축가들의 활동에서 이상을 찾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건축가들의 문제와는 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실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는 살고 있는 사람과 건축가들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실제 살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건축가와 사는 사람의 합일점을 찾는 것이 건축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점은 건축가뿐만이 아니라 건축 교육도 그런 것 같습니다.   

김정임

저도 가끔 건축계에서 소위 우리가 건축가라고 부르는 그룹이 있고 그냥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계에 종사하지만 건축가라고 불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류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가끔 집 뒷산에 올라가는데 거기에서는 서울의 강남 시내와 한강까지 내려다보입니다. 그 풍경을 보면서 가끔 여기서 소위 건축가라는 사람들이 만든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건축물들이 보석처럼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건축가들이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당연히 보석 같은 건물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일간에서 요즘 건축계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건축과를 졸업한 학생의 수도 너무 많고 건축가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절대로 건축가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부족한 편입니다. 

가끔 낯선 동네나 지방을 다니다가 건축물을 보면 ‘저건 건축가가 한 것이다‘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알아보면 진짜 알 만한 건축가가 건축한 것입니다. 과연 제가 그것을 느끼는 지점들이 무엇일까요. 예쁜 집이 아닙니다. 그 집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시와 그 앞에 있는 길, 혹은 옆집과 동네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좋은 해법을 제시하여 뭔가가 다른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졸업하고 굉장히 다양한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해야 거리를 걸어 다니며 경험하는 건물들이 하나하나 튀는 보석 같은 건물들이 아니라, 좋은 물리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사는 사회와 건축이 유리되어 있다는 것이 실제로 다양한 레벨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건축물을 작품처럼 찾아가서 일부러 경험하는 그런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런 점들이 앞으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태

이번 공모전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조금 더 내려 봤으면 하는 의도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단순히 건축을 설계하는 것 이상을 여러분에게 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물 중심의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여러분이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였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건축가들이 들어가는 사회적 레벨보다 훨씬 더 밑에서, 더욱 일상적인 것에서 나올 수 있는 지점들과 간극들을 여러분이 보시고 주도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질문 7

의도를 계속 말씀해주셨는데 대중과 건축가가 유리되어 있고 사회와 건축이 유리되어 있다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생건축 공모전의 의의가 단순히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와 세상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건축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우리의 자리가 어디인가를 찾는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제가 맞게 이해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걸

굉장히 잘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웃음)

질문 8

구체성을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인 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명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가격에 대한 측면도 있을 텐데, 학생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시장조사를 통해서 알아야 하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신승현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건축주와 협의를 하다보면 가장 많이 협의하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좋은 제안을 드린 다음에 가장 많이 수정하는 부분도 여기서 나옵니다. 설계를 다 한 후에, 금액이 맞지 않아 자재를 다시 교체하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건축주가 얼마를 책정해 놓으셨는지 그것을 꼭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 건축주가 ‘나는 이 정도의 범위에서 짓고 싶다’라고 제시한다면 그에 맞는 재료와 공법을 찾고, 그에 맞는 시공자를 선정합니다. 이런 것들이 대화로서 오고갑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한 인터뷰고, 그것에 대한 중요성은 실제적으로 우리가 작은 것을 개선할 때도 건축주가 제시한 것을 적용하려고 어떤 방법을 택한 내용이 결과물로 나올 때, 이것들이 한 세트가 되어서 의도와 결과물이 보여지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잘 표현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임

아직 학생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공경험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사실 설계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적정화 시키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기간과 비용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무시하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산도 고려해서 반영한 것이 실제로 과정에서 보이면 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걸

예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건축가들이 대상으로 하는 건축주들은 소위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몇 사람이 안 됩니다. 반면 건축가는 굉장히 많습니다.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건축가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건축가들은 엄청난 경쟁을 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건축가들이 서비스를 해야 하는 대상은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있고, 덜 가진 사람도 있고 돈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건축가들은 돈이 없는 사람들의 환경을 어떻게 개선해 줄 수 있는가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이 작은 것부터 큰 것과 중간 크기가 있는 것처럼 건축주는 부자도 있고 중간도 있고 아주 가난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여건이 바로 구체적인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돈이 없는 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했는데, 그것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프로젝트를 했다는 것과 가치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프로젝트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날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이 작업을 한 후 보여주는 결과물들, 대상들이 천차만별할 것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이 될지 참 궁금합니다.

박성태

여러분들이 자제와 같은 요소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잡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구체적’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 기본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하나가 얼마인지 너무나 구체적일 필요는 없고 각자의 클라이언트에 따라서 이야기를 잘 풀어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