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THE SPACE FOR ME. 주제설명회 1 / 질의응답

2014 정림학생건축상 2014 THE SPACE FOR ME. 

주제설명회 1. 질의응답

지난 주제설명회의 강연에 이어, 심사위원과 멘토가 학생들과 나눈 질의응답을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심사위원: 건축가 김찬중, 디자이너 이혜선

멘토: 사회학자 김홍중

주문자 선정의 유의사항과 접근방법

Q1: 인터뷰는 자기 자신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할 수도 있잖아요. 방식은 어떤 게 좋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혜선: 요즘 디자인 쪽에서는 디자인리서치 방법 중에 정량적인 데이터에 의존하기 보다는, 민속학과 문화•인류학에서 배워온 관찰이라든지, 일기, 해당 사람의 소지품이나 일상생활을 담을 수 있는 사진 등 여러 방법으로 나, 또는 그에 대한 도큐먼트화를 합니다. 보통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닐 수 있거든요. 이러한 디자인리서치 방법에 대한 책도 많으니 참고하면 될 거예요. 이러한 방법은 굉장히 체계적구조적이고, 또한 ‘반드시 이러한 방법’도 없어요. 방법 자체를 만드는 게 창의성이거든요. 내가 나한테 궁금한 것 또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 궁금한 것을 알아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보고 그걸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그 내용을 피상적으로 보기 보다는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조금 깊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김홍중: 사회과학에서의 대표적인 연구 방법도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을 다 쓰는 겁니다. 그리고 질적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고 나름 복잡하죠. 질적 방법은 참여관찰과 심층면접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참여관찰(participation observation)은 현장에서 관찰자의 눈으로 같이 살아보는 거에요. 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은 좀 더 깊이 질문을 가지고 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해서 질적 방법이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조사자가 현상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예요. 질적 방법은 ‘왜?’ 라는 질문에 대해서 어떤 방법이든 간에 왜 그걸 그렇게 했느냐, 라고 물을 때 뇌의 상태나 혈압을 보는 게 아니라 ‘의미’를 보는 거예요. 그러한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관찰과 대화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김찬중: 제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보통의 공모전이나 현상설계는 요구사항이 굉장히 엄격하고 정확하게 정리가 되어 있죠. 그리고 여러분이 사회에 나갔을 땐 발주처로부터 OR(Owner’s Requirement)을 받고요. 쉽게 말하면, 방은 몇 개, 높이와 폭은 얼마 등과 같이 주어지면, 그걸 어떻게 구성해서 공간으로 만드느냐가 건축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 OR을 여러분이 직접 만들어보게 되는 거예요. 관찰이나 과정을 통해 인터뷰이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거잖아요. 사실 이는 매우 중요한 훈련입니다.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OR이 주어져도 제대로 해결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거든요. 가령, “우리는 규모가 ***이니까 방 *개에다 ***를 해주세요”라며 발주처가 자기는 잘 이해한다고 OR을 내리지만, 실제로 보면 정확하지도 적합하지도 않아서 설계를 진행하는 동안 “이거 너무 클(작을)것 같지 않아?”하며 좌지우지되는 과정을 겪어요. 우리는 계속 변경하기 위해 좇아다니죠.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OR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프로젝트를 읽을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이번 공모전의 프로세스에서는 건축주가 준 OR에 본인이 재분석하고, 놓친 부분을 찾고,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을 제안함으로써 기획의 차원에서 여러분이 선점을 해서 좋은 건축가가 되는 것을 연습해보는 거예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정말 설계를 하면 배가 고픈가요?”라고 물어봐요. 지금 벌어진 현상 자체만을 보면 일견 당연히 그렇게 보이죠. 의대생보다 더 많이 밤 새고 공부하는 것 같은데 받아오는 월급은 적고, 정말 통탄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 이르는 거죠. 이런 일련의 현상은 우리의 책임도 있어요. 교육도 그렇고요. 그런데 여하튼, 여러분이 ‘기획’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건축가가 할 수 있는 기획이라는 것은 굉장히 파워풀합니다. 그런 부분에 여러분의 역량이 많이 집중되면 좋겠어요. 이번 요건에 드린 프로젝트 규모는 60큐빅미터로 작아서 그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오직 한 개인을 위한, 매우 철저한 관찰과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획하길 바랍니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주문자가 디자이너나 요리사라고 했을 때 그런 직업군에 맞춰 디자이너를 위한 공간, 요리사를 위한 공간 식으로 너무 직업에 특화해서 접근하면, 그의 개성과 성향이 직업으로 인해 상통하는 부분은 있겠지만, 공모전 주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특정한 조건에 직접적인 탭핑(tapping)은 못할 수도 있어요. 가령 ‘경찰관의 집’이라고 해서 쇠창살을 쓸 거 아니잖아요? 다시 말해, 직업군에 특화하지 말고 ‘개인’을 보라는 거죠. 그에게 깊이 들어갔을 때 오히려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요. 

3D프린터와 근미래

Q2: 제시된 안을 보면, “개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되, 미래의 산업구조를 예측하고 그걸 우리가 생각해서 거기에 맞는 안”을 뽑아내라 하셨는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나 오늘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들어보면 3D프린팅에 대한 내용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3D프린터가 미래에 상용화된다는 가정하에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공모요강을 보면 도구 10가지를 제안해야 하는데, 그 10가지에 3D프린터를 포함해도 될까요? 그리고 근미래라 한다면 몇 년 후까지를 최대로 잡으면 될까요.

김찬중: 저희도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3D프린터를 보여드린 이유는, 기술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예요. 처음에 말씀 드렸다시피, 여러 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3D프린터를 던진 이유는, 결과적으로는 ‘개인이 생산에 참여’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고요. 과거 집단화된 룰이나 방식에 의해 개인이 지배 당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개인이 생산에 참여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3D프린터는 사용을 해도 되고, 어떤 최신 기술을 써도 되고, 아까 보여드린 재래시장의 고무대야처럼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관점에서 ‘기술의 선택’도 해당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라면 맞다고 생각해요.

이혜선: 근미래는 3~5년으로 잡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현업계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테크놀로지가 시장에 접목되어 상용화되는 시점을 보통 3~5년으로 보거든요. 

김찬중: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의 범주에서 얘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다만 인터뷰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정말 개인에게 옵티마이징되고 정말 그를 위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거든요. 그에 대한 결과를 내고 그걸 공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3D프린팅이 기술적으로 필요하다면 써도 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기존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거죠. 매우 오픈되어 있어서 선택이 중요할 것 같아요. 

60큐빅미터

Q3. 설계 조건에 60큐빅미터 안에서 설계하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제가 지정한 어떤 인물에게 의미가 있는 특정 장소로 가정하고 설계를 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균질한 공간을 상정하고 개인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즉, 장소성이란 것이 조건 안에 포함되는 건가요? 

김찬중: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60큐빅미터는 구성 방식이 사실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것을 준 전제는 딴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라도 조건이 제한되어야 어느 정도 공정한 테두리 안에서 심사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공간과 개인, 그리고 기술의 범위

Q4: 주제 설명에서 현상학적 접근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그것이 공간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씀해주신 것으로 이해했거든요. 그런데 이 공모전의 주제는 개인이 어떻게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즉 개인과 공간이 상호작용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찬중: 중요한 이슈를 던지셨어요. 개인이, 어떤 한 사람이 형성되기까지는 환경이 그 사람을 재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본 공모전에서 얘기하는, 그를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가정해볼 수 있어요. 앞서 주제설명회의 김홍중 교수님의 유년시절을 예로 들면, 교수님이 어릴 때 살았던 공간은 지금의 교수님을 만들었죠. 그런데 다시 교수님의 60큐빅미터의 집에 들어가셔야 하는 거죠. 그 60큐빅미터는 과거 교수님을 있게 한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느냐, 아니면 그 배경을 전혀 모르고 김 교수님을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 제안하느냐인데, 사실 둘 중 어느 것이 정말 완벽한 답인지는 이야기 할 수 없죠. 새로운 공간이 최종 만들어져도 인터랙션을 살펴야 하는 건데 그것도 일정 기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결과물이란, 딱 봤을 때 너무 팬시하게 잘 만들었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있는 것이겠죠. 우리는 보통 그런 걸 구매하죠. 하지만 여기(공모전)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어떠한 ‘로직’이 있었는지를 보고 싶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김홍중 교수님은 ‘참가자가 어떻게 파악하느냐’의 그 ‘어떻게’의 로직이, 또는 그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의 폭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그 사람의 과거 굉장히 좋았던 공간 재현이라기보다, 매우 충실한 관찰과 노력이 수반되는 심층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공간으로 organize해서 만드느냐이죠. 이것은 represent와는 또 다른 개념이예요. 만약 몇 십 년 후에 그 집을 다시 가봤는데 도저희 불편해서 살 수 없다면, 지금은 이제그 환경이 전혀 optimize 되지 않은 거겠죠?

그리고 저라면 한 개인의 개인성이라는 것과 기술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비율로 얘기해야 할지가 궁금할 것 같은데요.

이혜선: 10가지는 뭘 포함하는 지를 말씀하시는 거죠?

김찬중: 그건 아무거나 될 수 있어요. 방안에 떨어져 있는 쪽지도, 하이테크도 가능해요. 이게 너무 애매하다고 느끼시겠지만, 결국은 기술이나 산업적인 담론이 개인하고 상관없이 따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니, 너무 신기술 중심으로만 사고한 나머지 개인은 없고 기술의 화려함만 돋보이게 하는 것은 지양하면 좋겠어요. 

박성태: 이번 공모전 주제를 선정하고 저희가 회의를 한 번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나온 얘기가 결국은 우리 사회에서 제공되는 공간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이고 여러분 대부분이 본인에게 딱 맞는 공간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고 그런 상태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건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누구에게나 편한 곳이 아닌, 굉장히 소수를 위한 디자인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소수도 굉장히 극단적인 것으로 가다보면 ‘한 개인’을 위한 디자인인 거죠. 그런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면 쓰고, 그럴 필요가 없다면 전혀 안 써도 되고요.

출발점: 개인 혹은 산업과 기술

Q5:. 심사위원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간의 본질이나 가치를 실현해줄 수 있는 개인만의 공간을 만들라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공모전 요강에는 어떤 산업 구조, 기술적인 측면을 먼저 리서치하고 customize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의 설명에 의하면 단계 1은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바마를 예로 들면, 그는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지만, 자기 집에서 옆집 여자를 보는 게 행복이라면 그게 그 사람의 가치가 아닐까요? 그래서 단계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치 않으면 그냥 빼고 진행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첫 번째 단계에서 산업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은, 그것을 전제로 추가로 개인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찾아내는 과정까지가 1단계에 해당해요. 물론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담아내고자 하는 담론의 깊이도 상당하고요. 그래서 기술과 개인이라는 양측을 어떻게 잘 합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모든 공모전이 결과 중심으로 가지만, 이러한 과정을 시작할 때 처음에 어디를 탭핑tapping해 가느냐가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직업군과 개인의 customization

Q6: 이번 주제의 제시어인 customization이 사회를 개인화시킨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추후 생산성을 감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생산에 맞춰지면 직업군과 관련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는데, 아까 설명에서는 (앞의 Q1에 대한 설명) 직업은 표피적인 거니까 배제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요.

김찬중: 특정 개인을 위해 만든 공간으로 인해, 그가 치유될 수 있다면 그건 직장이든 다른 사회에서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겠죠. 좋은 접근입니다. 물론 철저히 직업군의 성격을 배제시켜야된다는 차원으로 드린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을 드렸던 건데, 만약 우리가 직업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특정화(규정)해버리면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람은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시간과 성취도보다 개인의 취미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다시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요리사라는 직업군을 위한 생활공간에 정말 요리하기 최적의 공간을 만드는 건 오히려 건축주가 싫어하는 공간일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도 일의 연속이 되는 거니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집은 굉장히 예술적일 것 같고, IT 계열의 종사자는 집이 최첨단으로 해놓고 있을 것 같지만, 그건 개인마다 모두 다른 거거든요. 

그렇다고 직업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차원은 물론 아닙니다. 굉장히 특이한 직업인 경우, 직업이 사람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포커스를 직업에서 출발하지 말고 좀 더 다양한 경우의 수와 넓은 배경을 두고 보면 좋겠어요. 그 사람의 본래 성향이요.

김홍중: 내러티브가 들어갈 땐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소설 한편을 쓰는 것과 건축학적인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같이 나가야 하는 거죠. 가령 내가 단편소설을 쓴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럴 때 주인공을 그냥 간호사로 잡을 건가요? 그 간호사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들어가야겠죠. 가령 ‘실연당한 간호사’ 아니면 ‘죽어가는 간호사’ 등… 그렇죠? 암에 걸린 걸 알았고, 5년이라는 시간이 자기한테 이제 거꾸로, 간호 받아야 되는 상황 속에 던져진 간호사가 되어야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직업도 중요한 요소고 심지어 성별이나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삶의, 그 대상의 차원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면 직업이 중요할 수도 있고 안 중요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다 다를 것 같아요. 일괄적으로 중요하다 안 중요하다를 떠나서 삶의 의미가 솟아나는 곳이 공간과 건축학적 상상과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보면 좋겠습니다. 이게 직접 작업을 하다보면 보편적으로 읽어내게 될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근미래와 기술

Q7: 개인의 현재 상태에 따라 5년 뒤의 근미래가 각각 여건이 다를 텐데요. 특히 나이나 직업 군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어느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옳은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5년 뒤의 성향까지도 예측해야 하느냐를 물으신 건데요. 제 생각에는 한 개인의 현재의 개인성을 일궈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건데, 거기서 5년 뒤의 성향까지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5년 뒤의 근미래는 너무 현재의 것만 가지고 고민하지 말고 좀 더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에서 근미래를 설정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사자의 현재 모습을 파악하는 것에 먼저 충실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정도의 5년의 갭은 저희가 인정해 드릴게요. 

김홍중: 사실 연대기적으로 과거와 미래라는 구분을 하지만, 실제로 그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가령 저는 지금 제 서재에 굉장히 불만이 많거든요. 너무 기능과 돈에 맞춰진 공간이어서요.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제 직업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데, 그건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과거에 가졌던 유사한 행위와 기억에 뿌리를 내리고 있거든요.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제가 가진 서재에 대한 꿈은 좀 특별해요. 그래서 저는 기억(memory)과 꿈(dream)에 변증법적인 것(dialectic)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이 어딘가에 내 현재 서재가 있고, 그 서재를 바꾸고자 한다면 바뀔 디자인의 아이디어가 거기 있겠죠. 그러니 시간을 너무 그렇게 연대기적으로 자르지 말고, 좀 여유있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대개 기억이라는 게 많이 조작되잖아요. 환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억 안에 나에게 중요한 것으로 의미화되어 있을 겁니다. 그게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지평에 뿌리내리고 있는 꿈을 건축가의 비전과 균형감으로 잘 표현하면 좋겠어요. 

이혜선: 저도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 ‘wearable’이라는 얘기 굉장히 많이 듣죠. 이건 5년 전, 아니 훨씬 전부터 나온 개념이예요. 그 웨어러블에 대한 솔루션을 내기 위해서 여러 미디어랩의 온갖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개발을 해왔요. 가령 휴대전화를 이용할 때 골전도에 작은 침을 넣어 따로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통화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왜 그게 상용화가 안 됐을까요? 왜냐하면, 우리의 문화는 ‘나 지금 통화중이야’ 라는 표현을 내 몸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매개체(즉 전화기)를 통해서 하길 더 원하거든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죠. 전화기를 가지고 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어색한 거예요. 테크놀로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지만 사람은 굉장히 느린 속도로 변하거든요.

두 개가 구현이 되어, 만나서 어떻게 정말 변화를 사회에 일으켰을 때는요, 우리가 변화하는 그 ‘기억’과 ‘내가 원하는 것’(need, desire) 그 두 가지가 기술을 기반으로 잘 만났을 때, 그래야만 산업현장에서도 볼 수 있게 돼요. 둘 중 어느 하나만 충족되도 상용화는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의 감정에 충실했을 때는 지금 김홍중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좀 넓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공모전에서 ‘근미래’라고 표현하는 것은 ‘테크놀로지가 뒷받침(supporting)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개인화(micro-customization)’잖아요. 저희가 ‘micro-customization’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 기술적인 기여도가 수반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건축가의 역할범위와 설계범위

Q8: 두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로, 개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건축가의 역할이 어디까지냐 하는 것인데요. 공간에 들어갈 가구까지 정확히 디자인해주는 것이 개인화인지, 아니면 그 개인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을 제공해주는 것이 더 맞는지 하고요.

둘째는, 설계 조건 중에 60큐빅미터의 체적 안에서 디자인을 해야 되는데, 공모요강에는 외피는 디자인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그 개인을 위해서 외부공간을 제공해주고 싶다면 (예를 들어, 테라스나 오픈된 천장) 그 또한 60큐빅미터 체적 안에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이기 때문에 심사에서는 제외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첫 번째 질문은 특정 상황에서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게 어떤 거냐는 건데요.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해결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바탕(배경) 설명에서 “개인의 ‘참여 개념’이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면 개인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고, 반대로 “우리가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세팅한다”고 한다면 그 또한 가능하죠. 다면 여기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지전능’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예요. 전자에 대한 극단적인 예를 들면 (물론 그렇게 할 팀은 없겠지만) 정말 60큐빅미터 빈 공간만 던져주고 “알아서 personalization하세요” 할 팀은 없겠죠. 하지만 그러한 결과까지 가는데 시나리오 과정의 설득력이 충분하다면 그 빈 공간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공모요강의 60큐빅미터에 다들 굉장히 예민한데, 입면을 디자인하지 말라고 한 것은, 입면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로 생활하는 공간 자체에 좀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취지가 더 강한 거라고 보심 돼요. 왜냐하면 입면을 디자인하기 시작하면 또 굉장히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하잖아요. 그러니까 입면이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입면에 신경 쓸 에너지와 시간을 생활공간(space)에 좀 더 집중해 달라는 의도입니다. 입면도 물론 스페이스가 될 수 있어요. 만약 지붕을 다 열어서 아웃도어 스페이스를 주겠다고 한다면 그 공간을 60큐빅미터 바깥에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안으로 끌어들어올 수 있는 부분의 문제인 것 같아요.

개인과 커뮤니티

Q9: 공모전 주제는 사회 요건을 전혀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실제 건축주를 개인이 아닌 ‘사회의 입장’에서 한 개인이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김찬중: 그런 접근은 공모전 취지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방식을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곳과 그가 있기에 적합한 부분을 고려해보는 것을 원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외부에서 판단하는 시각과 개인 각각의 시각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성태: 주제 자체가 ‘micro personality’에 대한 거니까 각 개인이 모여 어떤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은 사회적인 것이겠지만, 그 공동체 전체를 디자인하는 것은 주제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자면, 중요한 것은 건축과 디자인입니다. 공간과 제품의 디자인도 완성도가 높은 것이 중요합니다. 건축이기 때문에 평면과 단면도 충실하게 정리되어야 할 거고요. 그럼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을 기대해보겠습니다.

끝.